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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이제 곧 사라질 장안평을 기록하다 (민중의소리 2019.04.03)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9.04.29
  • 조회수 / 329


[기사 원문 보기] 

사진이 가진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중요한 기능은 기록이다. 근대사와 현대사에 있어서 사진이라는 기록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 시절의 진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눈깜짝할 사이에 새로운 것들이 세워지고, 새로운 것들이 세워지면서 있었던 것들이 허물어지는 변화가 거듭되는 지금 사진을 통한 기록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지난 2일 갤러리류가헌에서 개막한 정정호 사진전 ‘아카이브:기계, 자동차 그리고 도시’도 그런 의미를 지닌 전시다. 정정호 작가는 곧 허물어질 장안평을 사진으로 담아 전시를 열었다.

장안평은 ‘중고차도매시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중고자동자도매시장으로서의 장안평은 지난 1979년부터 시작됐다. 자동차 관련시설들이 환경저해시설로 분류되어 서울 중심부에서 밀려나게 되면서, 서울시 성동구 송정동과 동대문구 답십리동 사이에 있었던 평야 지대에 대규모 중고자동차매매단지가 들어선 것이다.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들은 으레 장안평으로 갔고, 차를 수리하거나 부품을 교환할 일이 있는 사람들도 장안평으로 갔다.

이제 40년의 시간이 흘렀고, 서울시는 이곳을 낙후되어 온 장안평의 모습을 역사 속에 기록하고, 주거와 상생할 수 있는 환경으로의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활성화’ 프로젝트를 시행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사진가 정정호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제 5개월 동안의 프로젝트를 모두 마치고, 촬영한 사진과 기록들을 책으로 엮어 전시로 선보이는 것이 이번 전시 ‘아카이브:기계, 자동차 그리고 도시’ 전이다.

정정호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지역에는 자연스레 그곳의 역사가 스며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장안평에서 보는 건물, 거리 곳곳의 모습은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이 지역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일하며 쌓아 올린 기억들이 그들의 주변에 그대로 남아 있다. 앞으로 몇 년 뒤 다가올 정비사업으로 인해 도시가 어떻게 변화될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크게 중고차 부품 거리의 집적된 오브제와 장안평 중고차 매매상가, 답십리 부품상가 일대의 풍경 두 개의 유형으로 분류되어 선보인다. 정비소와 부품유통업체들이 즐비한 블록 맞은편에 연립주택과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낯선 풍경부터, 지붕 위에 빼곡히 쌓인 부품들과 거대한 생물의 장기처럼 보이는 내연기관의 모습까지. 사진가 정정호는 오랫동안 문화적 가장자리였던 장안평이 품고 있는 내러티브를 착실히 담아냈다. 풍경들은 한 문명이 끝나고 난 폐허의 느낌마저 든다.

이번 전시에 대해 정현 인하대 교수(미술비평)는 “포항, 울산, 창원 같은 대규모 산업단지는 일상과 분리되어 또 다른 하나의 도시로 존재한다. 한편 도시 내 산업단지는 일상에 가까이 존재하기에 정체성이 모호한 경우가 발생한다. 정정호는 섣불리 장안평의 정체성을 기호화하지 않았다. 또한 관음적으로 내부를 적나라하게 재현하거나 표현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현재의 장안평이 가지고 있는 미학적 가치가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 문래, 성수, 청계천, 장안평 등의 도시산업단지는 맹목적으로 외연을 키우기 위해 시각적 기호로 본질을 가리지 않았다. 대신 정정호는 장안평의 거리에서 어둡고 차가운 계절의 날씨와 생존하기 위해 쌓아 올린 기계 부속들과 기름때의 냄새를 사진으로 포착한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차가운 느낌은 촬영 기간이 이번 겨울에 이뤄진 탓이다. 기록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자연스레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이야기도 담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